[천자칼럼] 선동 제물 된 대파

입력 2024-04-07 17:57   수정 2024-04-08 00:21

‘거짓이냐 진실이냐는 중요하지 않다. 반복하면 믿게 된다.’ ‘이성보다 감성이고, 복잡한 이념은 필요 없다.’ ‘선동은 한 줄로 가능하지만 반박하려면 수십 장의 문서가 필요하다.’

선동의 바이블로 통하는 문구들이다. 야권이 지난 3주간 윤석열 대통령의 ‘대파 875원이면 합리적’ 발언을 물고 늘어지는 것을 보고 이런 문구들을 떠올린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유세장 곳곳에서 대파를 흔들고, 야권은 ‘대파 챌린지’를 벌이고 있다. 대파 헬멧까지 등장하고, 대파 혁명을 외치고 있다. 요지는 윤 대통령이 대파 가격도 제대로 모른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대파 한 단을 들고) 850원짜리가 맞느냐”며 “5000원”이라고 했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는 “대파 한 단이 875원이라 믿는 사람에게 3년을 맡길 수 있냐”고 했다.

그러나 윤 대통령의 현장 영상을 보면 이런 주장이 억지임이 드러난다. “하나로마트는 이렇게 하는데 다른 곳에서는 이렇게 싸게 사기 어려운 것 아닌가”라는 말도 있다. 하나로마트는 당시 대파 평균 소매가격이 3018원인데, 정부 지원과 마트 자체 할인 등을 적용해 이 가격에 팔고 있었다. 윤 대통령이 다른 곳은 비쌀 것이라고 했는데도 야당이 앞뒤 싹 자르고 세상 물정, 국민 삶을 모른다는 식으로 공세를 펴고 있는 것이다.

‘파틀막 정권’ 공세도 마찬가지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정부에 항의하는 의미로 대파를 가지고 투표소에 가도 되느냐’는 질문에 이를 제한하는 지침을 마련했다. 투표소에서 정치 행위를 금지하는 선거법 166조에 따른 당연한 조치였다. 선관위가 정치적 목적이 아니라면 일반적 물품 소지는 괜찮다고 했음에도 이 대표는 “‘칼틀막’ ‘입틀막’도 부족해 ‘파틀막’까지 한다”며 “황당한 정부 아니냐”고 했다. 위법 행위를 묵과하란 말인가.

게다가 선관위는 행정부와는 별개인 엄연한 독립된 헌법기관이다. 그런데도 마치 정부가 그런 일을 벌이는 것처럼 오도하며 정권 심판으로 연결하고 있다. 이 대표가 모르고 이러지는 않을 것이다. 거기에 쉽게 부화뇌동하거나 현혹되는 유권자들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홍영식 논설위원 ysh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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